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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전통 자개의 아름다움을 일상에 담다…옻칠공예 브랜드 '장이' 대표 이현경 동문

  • 조회수 30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1-15
  • 옻칠공예 브랜드 '장이' 대표 이현경 동문(공예과 99) 인터뷰



'할머니 댁 자개농'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어느새 일상으로 스며든 전통 나전칠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옻칠공예 브랜드 '장이'를 이끄는 이현경 동문(공예과 99)이 있다. 


대학생 때 자개의 빛깔에 매료된 그는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고, 대통령 해외순방 기념품으로 선정된 자개 텀블러뿐 아니라 마우스, 미니 가습기 같은 일상용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며 한류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이현경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대 공예과 99학번 이현경입니다. 옻과 자개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는 브랜드 '장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 공예과를 전공한 동문님이 그중 처음 자개의 매력이 빠진 계기가 있나요? 


저는 자개를 또 다른 보석이라고 생각해요. 1학년 때 학교 수업에 필요한 재료를 사러 신당동 재료상에 간 적이 있어요. 어쩌다 한쪽에 쌓인 먼지를 쓱 닦았더니 엄청나게 반짝거리는 무언가 있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사장님한테 '이거 뭐예요?'라고 관심을 보이니, 자개라고 소개하면서 다양한 자개를 꺼내 닦아서 보여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자개가 마치 종이 보석처럼 보였고, 보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정말 예뻐 보였어요. 그때부터 자개상에 다니며 사장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자개 빛깔에 대해 공부했어요. 



3. 동문님이 느낀 자개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자개는 환경에 따라 색깔과 모양이 다 달라요. 자개를 붙이는 과정에서도 색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이라도 완전히 똑같은 상품을 만들 수는 없어요. 이런 점에서 자개를 붙인 상품 하나하나가 작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자개를 고루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연이 선물해 주는 각기 다른 자개 빛깔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4. 동문님이 처음 옻칠 자개 장신구를 선보인 것은 학생 때 청파제 상품전이라고 들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브랜드 '장이'를 만드는 데도 영향을 미쳤나요?


사실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고, 대학원 첫 과제였어요. 특별한 생각 없이 옻칠 자개 브로치를 만들어 상품전에 내놓았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라는 말도 못 하고 뒤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제 브로치를 구매했고, 나중에 길에서 그분이 브로치를 착용한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가가서 제가 만든 거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반갑고 기뻤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작가로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상품 개발자로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고 그 결과를 직접 보는 순간이 더 즐겁다는 것을요. 그 경험을 계기로 '사람들은 어떤 걸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몰두했고, 브랜드 '장이'를 만드는 시작점이 됐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극도로 힘든 순간이 종종 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제가 어떤 기분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에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됩니다. 


청파제 당시 판매했던 첫 상품.

5. 브랜드 초창기에는 옻과 자개 소재로 만든 제품이 흔치 않았다고 들었어요.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나요?


요즘은 먼저 설명하지 않아도 '어머, 이거 자개네!' 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럴 때면 자개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브랜드를 시작할 당시에는 옻칠 자개가 무엇인지 먼저 설명해야만 상품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할머니 댁에 있는 자개농 아시죠?'라는 말을 달고 살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막연하게 느껴지기보다 오히려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느껴졌고, 호기심을 갖고 제 상품에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이 즐거웠거든요.

 

6. 장이는 장신구로 시작해 다양한 생활 소품으로 확장하며 한국의 나전칠기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브랜드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전통과 현대가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두 요소 간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어우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통을 특별한 무언가로 느끼게 하기보다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현대 사이의 거리감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죠.


브랜드를 시작할 때는 자개를 주로 장신구에만 활용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구매층이 한정적이었고, 그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공식 기념품 제작 의뢰를 받아 자개 텀블러를 만들었는데,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전통 나전칠기를 더 잘 녹여낼 가능성을 발견했죠. 그 후로 머그잔, 마우스, 미니 가습기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했습니다.



7. 동문님은 한국의 전통을 현대화하기 위해 디자인 소재 개발에 진심인데, 그중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전통에 뿌리를 두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건 너무 고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소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전통에서 출발하죠. 평소에 유물이나 전통 관련 서적을 읽고 미술관을 방문하며 흥미로운 소재를 찾습니다. 이런 소재를 모티브로 삼아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색상을 단순화하거나, 여백을 더하거나, 요소의 일부를 패턴화하거나 재조합하는 등 현대적인 구성으로 재해석합니다. 이렇게 전통을 현시대에 맞는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것에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이현경 동문의 디자인 개발 과정.


8. 자개 텀블러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우수문화상품'에 지정되는 등 동문님은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좋은 영향력을 펼치고 있어요. 단순한 상품을 넘어 'K-굿즈'로서 한국의 전통을 세계인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 있나요?


무조건 한국을 강조하기보다 사람들이 먼저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출할 때 항상 자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데, 특히 외국인들이 많은 인사동에 가면 사람들이 '이게 뭐예요?', '어디서 샀어요?'라고 자주 묻곤 합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서 관심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측면에서는 한국적인 전통을 담으면서도 어느 나라에서든 이질감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너무 독특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디자인보다는 어느 국가의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한국을 그려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개 텀블러.

9. 전통을 현대에 잘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동문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전하는 세계적인 브랜드', 이 슬로건이 제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한국이 어느 나라에서도 잘 스며들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죠. 한국적인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세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조화를 이뤄야 할 것 같습니다. 각 나라의 것을 전부 받아들여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해당 국가의 색깔을 적절히 융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10.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살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것 같아요. '끝까지 버티는 것'.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분명히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큰 자본 없이 시작해서 생산과 판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어요. 어떤 상품을 내놓으면 그것이 팔려야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과정이 순탄치 않았죠.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끈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태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취재 : 숙명통신원 23기 이세은(독일언어·문화학과 24), 23기 윤지원(테슬전공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