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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길을 열다, 미래를 잇다…한국외대 최초 여성 부총장 김민정 동문

  • 조회수 287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10-14


  • 한국외국어대학교 대외부총장 김민정 동문(체육교육88) 인터뷰



‘한국외대 최초 여성 부총장’


이 특별한 타이틀 뒤에는 김민정 동문(체육교육88)이 걸어온 성실한 시간이 쌓여 있다. 1988년 숙명여대에 입학하여 운동생리학 전공 이학 박사 1호의 길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한국외대 최초의 여성 부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새로운 무대를 향한 발걸음마다 그를 지탱해 온 것은 열정과 책임감이었다. 운동생리학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숙명인으로서 김민정 동문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숙명통신원이 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외국어대학교 대외부총장 김민정입니다. 숙명여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2005년에 한국외대 사범대학 전임교수로 임용되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학생인재개발처장을 지냈고, 지난해 대외부총장으로 임명되어 한국외대의 국제교류 분야와 대외협력 분야를 이끌고 있습니다.



2. 동문님께서는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외부총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한국외대 내에서 여성 최초였는데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언급하신 것처럼 한국외대가 1954년 개교한 후 지금까지 여성이 부총장직에 오른 것은 처음이에요. 여성, 그것도 한국외대 동문 출신이 아닌 사람이었던 만큼 어깨가 무거웠고 책임감이 크게 느껴졌었습니다. 큰 보직을 믿고 맡겨 주신 한국외대와 총장님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노력하려 합니다.


한국외대 안에는 ‘외숙회’라는 숙명여대 동문 모임이 있어요. 한국외대 최초의 숙명여대 출신 교수로서 이 모임 안에서 동문들과 돈독한 유대감을 나누고 있고, 제가 부총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회원들께서도 크게 기뻐하며 축하해주셨어요. 여성이자 비동문, 그리고 숙명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005년 한국외대 교수 임명장 수여식


3. 동문님은 우리 대학 대학원 체육학전공에서 배출한 최초의 박사이기도 한데요, ‘최초’라는 수식어를 계속해서 달아 나가는 비결이 있나요?


학부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고서 ‘운동생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석사과정에 진학했을 때만 해도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제게 주어진 연구와 조교로서의 일을 열정과 책임감으로 해내다 보니 지도교수님께서 박사과정을 권유하셨죠. 마침 2000년에 숙명여대 대학원 체육학전공에 박사과정이 처음 신설되면서 1호로 입학했고, 제게 체육학자라는 꿈과 길이 열렸습니다.


숙명여대 학부 학위수여식에서


제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열정’과 ‘책임감’이에요. 물론 그 바탕에는 ‘성실’이 있어야 하고요. 사실 열정과 책임감은 인생에서 크게 두각을 보이는 요소는 아니에요. 드라이버로 나사를 계속 돌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위에서 보면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반복적이고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그건 분명한 성장이고, 나사처럼 한 칸 한 칸 위로 올라오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어떤 일이든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임하면, 반드시 그 길이 보일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일을 시작하는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니, 우리 숙대 학생들이 맡은 일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4. 동문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체육학, 그중에서도 특별히 운동생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어느 날 학교 기수단의 선봉에 선 단장님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수단장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던 중에 그 선배가 체육교육과 진학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께서 ‘체육학’이라는 학문은 흔히들 생각하는 운동과 인체에 관한 공부만이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처럼 여러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폭넓은 학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망이 밝은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숙명여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했습니다.


실기, 이론, 교직 과목까지 폭넓게 배우는 전공 과정 중 ‘운동생리학’에 흥미를 느꼈어요. 운동생리학은 운동이 인체의 기능과 작용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변화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즉,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한 훈련 방법과 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문이지요.


운동이 중요한 예방 및 치료 수단임을 깨닫게 된 건 중학생 때 친할머니를 지켜보던 기억 덕분이에요. 친할머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 당시, 아버지께서는 재활 운동을 통해 마비된 신체를 조금씩 회복시켜 주셨어요. 그 모습을 떠올리며 운동이 건강한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수적이란 확신을 얻었고, 전공과 연구 분야를 운동생리학으로 택하는 데 뿌리가 되었습니다.


5.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으로서도 2022년부터 2년간 활동하셨는데요. 여성체육의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또 그 안에서 마주한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한국여성체육학회는 체육계에서 여성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발족한 학회로, 올해 출범 7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 체육학자 대부분이 가입한 전국 규모 학회의 회장을 맡았다는 건 제게 큰 영광이었어요.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 활동 모습


그러나 체육계는 여전히 여성 임원의 수가 적고, 여성들이 다양한 활동 기회를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저는 여성 체육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활동의 기회를 넓히며, 권익을 신장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한계도 있었고 현실적인 고민도 많았지만,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성 체육인에게 더 많은 기회와 역할이 열리길 바랍니다. 


6. 1988년 학부 입학부터 2004년 박사학위 취득까지 오랜 시간을 청파동에서 보내셨습니다. 그중 가장 즐거웠던 추억을 들려주세요.


대학교 4학년 때 체육교육과 88학번 동기들과 함께 준비했던 학과 졸업발표회 ‘설체제’가 생각납니다. 저희 학번이 최초로 기획해서 개최했어요. 팀별로 리듬체조,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댄스, 사물놀이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려 가족과 지인 그리고 선후배들 앞에서 선보였습니다. 함께 땀 흘리며 준비한 기억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지금도 동문회를 하면 거의 모두가 그때 추억을 나눠요.


설체제를 준비하며 동기들과


그 밖에도 서관(지금의 명신관) 잔디밭에서 소프트볼을 하던 기억, 알차고 즐거웠던 청파제 주점, 그리고 응원단 활동과 연습 시간이 떠올라요. 당시 학생회관 건물 1층에 있던 명오재에서 김밥을 먹으며 동기들과 오손도손 수다를 떨던 시간도 잊지 못할 기억이죠. 16년간 숙명에 머물렀기 때문에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모든 장소에 추억이 담겨 있어요.


7. 동문님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삶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학생들에게 ‘도전’을 강조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위축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학생 시기는 실패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시기잖아요. 우리 숙명여대는 학생 수가 적은 편이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최정예 인재들이 모여 숙명여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거니까요.


도전하면 성공할 확률이 열리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 확률은 0%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자신감을 갖고 두려움 없이 도전해, 숙명의 이름을 널리 빛내길 바랍니다. 지금이 여러분이 가장 아름답고 멋진 순간입니다. 


8. 앞으로 동문님께서 그리는 미래가 궁금합니다.


1988년에 숙명여대 교문을 들어서던 스무 살의 김민정은 자신이 2025년에 한국외대의 부총장이 되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꾸준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 꾸준함을 잃지 않고, 맡은 일에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려 합니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죠. 우리 함께 그 누구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힘내 봅시다.




취재: 숙명통신원 기획취재팀 23기 서예린(문헌정보학과24), 24기 조성연(자유전공학부25)

정리: 커뮤니케이션팀